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대기업을 보면 참으로 높아보인다. 거대해 보인다. 이룬 것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들 역시 처음부터 대기업이 아니었다.

많은 대기업들은 지금의 거대한 성공을 이루기 전, 작고 예상치 못한 출발점에서 시작했으며 완벽한 계획보다는 한 가지 뾰족한 아이디어로 점차 성공을 쌓아갔다.

그들의 작은 시작과 성공으로 이어진 과정을 살펴보면, 처음부터 거대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메리어트 : 가게에서 호텔 제국으로

Source : brightspot

메리어트는 호텔 체인 회사다.

아마 지나가면서 한번 쯤, 혹은 숙박을 위해 호텔 예약할때 한번 쯤 마주친 브랜드일 것이다.

메리어트는 비단 '메리어트' 호텔만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Source : databahn

Premium -> Classic에 있는 메리어트 뿐만 아니라 JW MARRIOTT (한국에는 반포동 센트럴시티, 동대문, 제주에 있다.), WESTIN (부산에 있는 그 웨스틴 조선 호텔 맞다.), SHERATON 등의 다양한 호텔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8년 연속 호텔 체인 업계 글로벌 1위를 유지 하고 있으며 현재 139개국에 걸쳐 8,691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23년 매출은 약 237억 달러다. 한화로 치면 약 31조에 해당하는데 이는 넷플릭스와 이베이의 연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렇게 초일류 기업인 메리어트도 시작은 사실 매우 작고 초라했다. 그리고 처음부터 숙박업을 한 것도 아니었다.

1927년, 워싱턴 D.C.에서 존 윌라드 메리어트와 그의 아내 앨리스가 작은 루트비어 가게(가게 이름 : '핫 샵')를 연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이 작은 음료 가게에서 루트비어(음료 종류)와 함께 간단한 음식을 제공하며 성공 경험을 쌓았다.

이를 통해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고 항공 승무원들을 위한 케이터링 사업에 진출하며 이를 바탕으로 레스토랑과 호텔업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그로부터 약 30년 뒤인 1957년, 메리어트는 첫 번째 호텔인 "트윈 브리지 모터 호텔"을 열었다. 호텔 체인 사업의 본격적인 발돋움이었다.

무려 30년이나 걸렸다. 남들이 보기에는 한 순간에 이루어 진 것 같지만.

람보르기니 : 농기구에서 슈퍼카로

Photo by BAILEY MAHON / Unsplash

슈퍼카의 대명사 람보르기니도 처음부터 고급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었다.

창업주인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원래 농기계 사업(트랙터 같은)을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1940년대 말에서 1950년대 초에 트랙터 회사를 세워 농업용 기계로 성공을 거둔 그는 그 당시 페라리를 타고 있었으며 페라리에 불만을 느껴서 더 나은 고성능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페라리 설립자 엔초 페라리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으나 무시당했고, 이에 더욱 자극받아 본격적으로 스포츠카 제작에 뛰어든다.

1963년, 그는 람보르기니 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며 첫 번째 모델인 람보르기니 350 GT를 출시했다.

Source : sportscarmarket

이를 계기로 람보르기니는 고급 슈퍼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트랙터와 같은 실용적인 기계에서 출발했지만, 본인이 타던 자동차에 불만을 느껴 슈퍼카를 제작하게 된 독특한 사례다.

이 역시 처음부터 슈퍼카를 만들겠다는 도전하는 케이스는 아니었다. '트랙터 제작 경험'이 페루치오 람보르기니가 슈퍼카 제작에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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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터 제작을 통해 엔진과 기계공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더 정교하고 강력한 엔진을 설계할 수 있었다.

또한, 트랙터와 같은 기계의 내구성과 성능을 관리하는 능력이 슈퍼카의 안정성, 강력한 퍼포먼스, 그리고 정밀한 기술력을 개발하는 데 기초가 되었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대학시절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었을 때는 몰랐지만 훗 날 애플 디자인에 큰 영감이 된 것 처럼 말이다.

이케아 : 작은 우편 주문 회사에서 글로벌 가구 브랜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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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는 1943년 스웨덴에서 잉바르 캄프라드가 설립한 작은 우편 주문 회사로 시작했다.

시작은 펜, 액자, 지갑 같은 소형 잡화를 우편으로 주문받아 판매하는 소매업체였다.

사실 지금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랑 다를게 없을 정도로 작은 시작이었다. 그리고 개념도 비슷하다. 물건을 구매하면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비즈니스니까.

그러나 1948년부터 가구를 추가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점차 가구에 집중하게 되었다.

가구 매출이 늘어나며 점차 역량을 가구 쪽으로 펼쳐나갔다. 가구 쪽에서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이케아의 진정한 전환점은 1950년대에 DIY 조립형 가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시작되었다. 고객이 직접 가구를 조립함으로써 생산과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이케아는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가구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1953년에 첫 전시장을 열면서, 고객들이 가구를 직접 보고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한, 1960년대에 평평하게 포장된 가구를 배송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물류비를 절감하고, 소비자들이 더 쉽게 가구를 운반할 수 있도록 했다.

Source : eplaybooks

아마존의 '플라이 휠'같은 선순환 구조를 따라가게 되었다.

이렇게 작은 소매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가구 업계의 공룡이 되었다.

야놀자 : 네이버 카페에서 글로벌 여가 플랫폼으로

숙박 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메리어트와 겹치는 영역이기도 하고, 국내 사례보다는 해외 사례를 설명하고 마치려고 했는데 적다보니 야놀자 사례는 꼭 소개해드리고 싶어 적게되었다.

내가 스타트업계에 있을때 가장 흥미 있게 본 사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으시는 분들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Source : nextplay

이수진 대표는 유년 시절부터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자랐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고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고등학교와 천안공업 전문대학교 시절에도 여러 직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이어나갔다.

그 중 하나가 모텔 청소 아르바이트였다. 모텔에서 일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힘들고 꺼리는 일이었지만, 대학생인 그에게는 절실한 생계 수단이었고 고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아르바이트였다.

약 4년간 모텔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숙박업에 대한 문제점을 느꼈다. 당시 모텔을 포함한 중소형 숙박업소는 관리 체계가 부족하고, 예약 및 운영 시스템이 불편해 고객과 사업자 모두 불만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도중에 2005년 네이버에 '모텔 이야기'라는 카페를 개설하면서 숙박업 종사자와 모텔 이용자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그리고 저렴하고 좋은 모텔을 찾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모텔 이야기’ 카페는 빠르게 인기를 끌었고, 모텔 정보와 후기들을 공유하는 중심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그리고 2007년에 '야놀자'라는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초기 야놀자는 모텔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점차예약 서비스와 숙박업 운영 시스템으로 확대해 나갔다. 고객들은 앱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다양한 모텔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실시간으로 예약할수 있게 되어 편의성과 효율성까지 확대 되었다.

그리고 2019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우버, 쿠팡, 위워크 등에 투자)로 부터 약 2조원을 투자를 받고 글로벌 숙박 플랫폼으로 도약하고 있다.

Pivoting을 통해 성공한 스타트업들

사실 많은 스타트업이 이런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피벗(Pivot)이라는 이름으로.

인스타그램(Instagram): 원래 위치 기반 체크인 서비스인 Burbn으로 시작했으나, 사진 공유 기능에 집중하면서 현재의 인스타그램으로 피벗했다.

넷플릭스(Netflix): DVD 대여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로 피벗하며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트위터(Twitter): 팟캐스트 플랫폼 Odeo로 시작했지만, 소셜 미디어로 방향을 바꿔 성공했다.

핀터레스트(Pinterest): 처음에는 모바일 쇼핑 앱으로 시작했지만, 사용자가 관심 있는 아이디어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으로 피벗하며 성공했다.

시작의 힘

많은 창업자들 그리고 예비 창업자들이 처음부터 무언가를 크게 그리고 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블로그를 쓰는 작은 것 조차 말이다.

그래서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처음부터 거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는 작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빠르게 실행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점차 확장해나가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작은 출발은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고, 빠르게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며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의 기업들은 초기에는 작고 제한적인 시장을 겨냥했지만,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점차 더 큰 기회를 향해 나아갔다.

만약 처음부터 대기업이 되겠다고 맞지도 않는 기업 전략을 펼친다던가, 대규모의 외부 자본을 투하하여 시작했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지금의 제국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저 별 생각없이 작게 시작 하다보니 기회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위의 스타트업 피벗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수진 대표도 그 모텔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에는 몰랐을 것이다. 훗 날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고 글로벌로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회사가 될 줄은.

중요한 것은 크기나 규모가 아니라, 끊임없이 발전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도전 정신이다.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작더라도 꾸준히 무언가를 해보자.

작은 시작이 거대한 도약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니까.